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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의 외주화
조선업은 대한민국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산업입니다. 2024년 기준, 조선업 수출액은 연간 256억 3천만 달러에 달하며, 선박 건조 및 수리업 관련 사업장은 8,403개소, 종사자는 약 13만 6천 명에 이릅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조선소의 수주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LNG 운반선과 같은 대형·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수주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한국 조선사들은 1,098만 CGT(환산톤수), 총 250척을 수주하였으며, 이는 세계 전체 수주량의 17%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Clarksons Research,「World Shipyard Monitor」
*CGT(환산톤수, Compensated Gross Tonnage) : '실질적인 작업량의 크기'를 표시하는 것으로서 선종/선형별 공사량, 건조능력 산출, 수주, 건조, 수주잔량, 통계작성 등에 이용
한국 조선업은 다단계 하청구조를 특징으로 합니다. 대형 조선사(원청)는 대부분의 생산 공정을 하청업체에 맡기고, 하청업체는 다시 재하청업체나 개인 노동자(물량팀 등)에게 작업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러한 다층적 고용관계 속에서 원청 기업은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나 개인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청업체들은 원청과 계약할 때 최저가 낙찰 방식으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은 낮아지고, 비용 절감과 단기 계약 압박 속에서 작업 속도를 우선시하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이로 인해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는 대부분 하청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선박 건조 및 수리업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건수는 2020년 2,492건에서 2022년 3,336건, 2023년 3,754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망자 수도 2020년 17명, 2021년 12명, 2022년 11명, 2023년 9명, 2024년에는 24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약 80%가 하청 노동자였습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연도별 「산업재해 현황분석」